번호이동 절차 간소화…영업 강화
올해 8개월 만에 250만 신규 가입
SKB, SK네트웍스 VoIP 사업 인수

인터넷전화(VoIP)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

번호이동절차가 대폭 간소화되면서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급증해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인터넷전화의 강점은 일반전화보다 요금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 전화 요금은 미국의 경우 5.6배, 가까운 일본은 무려 13배 차이가 난다.

인터넷전화는 올해 8개월 만에 250만명이 신규 가입했다.

이는 4년여 만에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2500만 명 규모인 전체 집전화 시장의 20%를 인터넷전화가 차지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11개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의 지난 8월말 기준 가입자 수를 조사한 결과, LG데이콤의 myLG070의 가입자는 182만명을 넘어섰다.

KT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104만명, 76만명을 기록하는 등 전체 가입자 수가 5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한 달 간 번호이동을 통해 일반 집전화에서 인터넷전화로 전환한 가입자 수는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까지 한 달 평균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9만6000명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약 60% 가량 늘어난 것이며 8월에 비해서도 2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9월말 기준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1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가입을 포함한 전체 가입자 수도 약 530만명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5일 이상 걸리던 번호이동 기간이 이달 들어 짧게는 4시간, 늦어도 36시간으로 단축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SK브로드밴드가 SK네트웍스의 인터넷전화 사업 인수를 완료한 것도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T의 시내외전화 요금 통합에 대해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전화는 최근 가입자 500만을 넘는 등 이미 대세로 자리를 잡았으며 여전히 인터넷전화가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하루 만에 변경, 번호도 그대로= 소비자들이 유선전화 대신 인터넷전화를 선택하는 것은 무엇보다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전화를 사용해 시외로 걸 때의 전화요금은 기존 유선전화를 사용할 때보다 80% 이상 싸다. 인터넷전화를 사용해 국제전화를 걸 때 요금 역시, 기존 유선전화를 사용해 국제전화를 걸었을 때보다 최고 80% 저렴하다.

□하루 만에 변경 가능 =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선전화 가입자가 인터넷전화로 변경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변경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집에 있는 유선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꾸더라도, 예전 유선전화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한 '전화번호 이동 제도'다. 예를 들면 유선전화 가입자가 인터넷전화로 바꾸려면, 070으로 시작되는 새 전화번호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작년 11월부터는 인터넷전화에서도 새 번호 대신 예전 유선전화번호를 그대로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화를 바꾼 뒤, 친구나 친척들에게 '우리 집 전화번호 바뀌었다'고 알리는 번거로움을 겪을 필요가 없어졌다.

지난달 10일부터는 방통위가 통신업체에 번호 이동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도록 지침을 내려, 기존에 5~7일씩 걸리던 번호 변경도 하루 이틀이면 된다.

□기업고객 대상 확대 = SK브로드밴드가 SK네트웍스의 인터넷전화 사업 인수를 완료하고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가입자 확대에 나선다.

SK브로드밴드(사장 조 신)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SK네트웍스 인터넷전화 사업 양수와 관련해 인가받은 데 이어 SK네트웍스에서 이동한 인력을 주축으로 Network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6일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기업고객 대상 사업에서 SK그룹 통신 계열사간 흩어진 역량을 모아 실질 시너지를 내고 가입자 기반 등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 나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서비스 품질 등 고객가치 제고에 힘 쏟는 한편 차세대 기업용 네트워크 등 망고도화를 꾀해 컨버전스 경쟁력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라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가입자 기반과 매출의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9월말 현재 인터넷전화 시장에서 약 86만9000 가입자를 보유 중인 SK브로드밴드가 이번에 SK네트웍스의 9만1000 가입자 회선을 확보하게 되면 가입자 기반이 한층 튼튼해진다. 여기에 가입자당매출(ARPU)이 높은 기업고객이 대다수인 SK네트웍스의 고객 특성상 매출 확대는 물론, 기업용 인터넷전화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SK브로드밴드는 △네트워크 및 통신설비 통합에 따른 비용절감 △고객 통합 빌링 △기업전용 콜센터 인력 공동 활용 등 사업의 효율성도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4분기부터 기업용 인터넷전화 부문에서 가시적인 시너지가 반영될 것”이라며 “앞으로 품질을 높이고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고객가치를 끌어올려 기업용 통신사업에서 가입자 기반을 더욱 확대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이달 초 기업용 인터넷전화, 전용회선 사업 등 기업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Network사업단을 신설하고 단장에 이명근 SK네트웍스 네트워크사업전략본부장을 임명했다.

사업단 신설로 SK브로드밴드는 기존 3부문 2단 87팀 체제에서 3부문 3단 100팀 체제로 조정됐다. SK네트웍스에서 근무하다 이번에 SK브로드밴드로 이동한 153명은 모두 Network사업단에 편성된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3분기 동안 총 28만946명의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가입자를 모집해 LG데이콤 23만6588명, KT 18만3632명에 앞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인터넷전화 가입자 확대에 주력해 왔다.

‘인터넷전화 GOGO 페스티벌’은 전국민 대상 이벤트와 홈페이지, 콜센터, Tworld 매장을 통해 신규 가입하는 고객 대상 이벤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공공기관 우세 = LG데이콤은 올 들어 하나투어, 대한통운 등 중견기업과 서비스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8월말 기준 기업 시장에서만 37만명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월평균 가입자가 1만2000명 수준이었던 것이 올해 들어 월 평균 2만명으로 증가했다.

LG데이콤은 그동안 국민연금관리공단, 가스안전공사 등 10개 공공기관과 중대형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해 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 공공기관은 물론 대기업, 금융기관, 중소형 기업 등에 기업 환경과 수요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 기업 인터넷전화 보급을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출시한 통합커뮤니케이션(UC) 서비스 보급을 확대해 인터넷전화와 메신저, 그룹웨어 등을 결합한 토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인터넷전화 서비스 이용환경 구축 사업자로 LG데이콤을 선정했다.

LG데이콤은 오는 12월까지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실, 법제처 등 21개부서의 아날로그 전화 시스템을 IP기반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행정안전부가 인터넷전화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인터넷전화의 확산이 국정과제인 통신비 20% 인하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는 본ㆍ지사 간 통화가 무료일 뿐 아니라, 시외전화와 시내전화 요금이 동일한 전국단일요금제다.

또 국제전화도 1분 당 50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가정, 정부, 기업 시장의 성장으로 올해 600만을 넘어서 2010년 1000만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내외전화 요금 통합 = KT가 시내·외 전화 요금을 통합하기로 한 것도 인터넷전화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빠르게 가입자를 늘려온 인터넷전화의 열풍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 KT의 생각이다.

KT는 시내전화 요금으로 시외전화를 걸 수 있다면 일반전화(PSTN)와 인터넷전화와 요금 차이가 거의 없어서 굳이 통화 품질이 떨어지고 개인정보 보안에서 취약한 인터넷전화로 이동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물론 KT의 시내·외 전화가 단일 요금이 되면 10초당 39원으로 KT 인터넷전화인 10초당 39원과 같아지고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의 10초당 38원과는 차이가 거의 없게 된다.

하지만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로 거는 LM 통화는 KT 일반전화가 10초당 14.5원으로 인터넷전화의 10초당 11.7원보다 30% 가량 비싸다.

더욱이 국제전화는 KT 일반 전화가 10초당 282원으로 인터넷전화의 10초당 50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KT는 다음 달 휴대전화와 와이파이(Wi-Fi)를 한 개의 단말기에서 쓸 수 있는 홈FMC 등 새로운 통신 융합 서비스를 내놓고 이동전화에서 유선으로 전화를 거는 경우 저렴한 요금을 적용하는 등 융합 서비스로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