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대표 정만원)이 유선분야 별정통신사업에 진출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무선 통신서비스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SK브로드밴드 합병의 전 단계라고 지적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르면 4월부터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 인터넷전화를 재판매한다.

물론 지금도 SK텔레콤 대리점에서는 'T밴드(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나 '브로드앤올(초고속인터넷+TV+인터넷전화)' '브로드앤세트(초고속인터넷에 IPTV나 집전화를 추가한 것)' 같은 결합상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SK텔레콤의 결합상품 판매 사업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 대리점에 수수료를 주는 위탁계약 형식으로 영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내달부터 SK브로드밴드에 도매대가를 주고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인터넷전화를 사온 뒤 직접 자사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게 되면 유무선 결합상품이 훨씬 활성화될 전망이다.

◆SKT 별정 진출, 법적으로 문제없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가 별정통신사업을 할 경우 별도의 '등록' 절차가 면제된다. SK텔레콤의 별정2호 사업(통신설비 없이 기간통신사업자처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에 규정된 공정경쟁 촉진 등의 조항에 대해 검토중이다. 전기통신사업법 19조에 따르면 방통위는 별정통신사업 등록을 받을 때 공정경쟁촉진, 이용자 보호, 서비스 품질 개선, 정보통신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에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게 돼 있다.

방송통신위 전성배 통신이용제도과장은 "기간통신사가 별정사업을 할 경우 등록 의무가 면제된다"면서 "법에 규정된 조건을 검토 중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KT-KTF 합병과 LG통신3사 합병으로 유무선 통신시대가 열린 만큼 공정경쟁촉진 조항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통신그룹별 경쟁시대가 오기 전에)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망 통합 금지를 조건으로 붙이려다 하지 않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별 무리 없이 SK텔레콤의 자회사 유선통신 재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관련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간 도매대가 계약 내용은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되기 전이어서 정부 규제사항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SK그룹 유무선 결합 서비스 활성화…유무선 망내할인?

SK텔레콤이 4월 중 자사 대리점 등을 통해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시내전화, 인터넷전화 등을 직접 팔게 되면 훨씬 통일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월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SK텔레콤의 대리점은 1천107개, 매장은 2천549개, 지점은 37개에 달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와 LG텔레콤의 경우 유선 계열사를 합병해 자금 운영과 영업정책을 통합하고 있는 반면,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절대적인 경쟁력 열위에 있었다"면서 "이번 조치로 유선통신 상품은 물론 유무선 결합상품에 대한 시장 대응이 훨씬 적기에 이뤄지고, SK텔레콤의 유통망 경쟁력과 영업 노하우가 유선 서비스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가 용이해져 이용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유선통신 재판매 시장 진출에 대해 합병 전 단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쟁회사 관계자는 "지난 연말 조직개편에서 SK브로드밴드 박인식 사장이 SK텔레콤 MNO비즈 기업사업부문장을 겸임토록 한 데 이어, SK텔레콤이 유선 재판매에 뛰어든 것은 합병 전 정지작업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이 4월 공개를 목표로 SK브로드밴드와 통합상품(FMC폰) 신규 BI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현재 이동통신만 서비스 하는 망내할인이 유무선 망내할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했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지난 1월 기준으로 KT가 697만4천722명, SK브로드밴드가 383만6천792명, LG텔레콤이 252만7천573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